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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호 동물
소개글
반려동물이거나 야생동물, 친구이거나 도구, 가족이거나 가축, 식량, 짐승, 비인간, 타자, 너 또는 나인 동물. 사랑스럽거나 귀찮고, 안타깝거나 위험한 동물들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와 어떤 관계일까? 동물, 식물, 미생물, 바이러스, 쓰레기는 하나의 지구에서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까? 1000만 반려동물 시대, 동물을 탐구하면서 인간의 상태를 진단하는 한편의 인문학.
“동물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고,
우리는 그 앞에 벌거벗고 있다.
사유는 아마 여기에서 시작될 것이다.”
─ 데리다, 『동물인 고로 나는 존재한다』
최근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2020년 여름 최장기 장마 동안 지붕 위로 피신한 소를 추적한 기사의 주인공은 ‘90310’ 번호 소였다. ‘동물의 자리에서 인간중심주의 다시 보기’의 기획(《문학3》 11호)과, 식량위기를 앞두고 ‘식품의 과학기술학’을 들여다보는 특집(《에피》 13호)도 있었다. 매일매일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에서 코로나19라는 인수공통감염병의 대유행까지, 오늘날 동물은 인간의 문제 한가운데에 있다.
인문잡지 《한편》 4호 ‘동물’은 동물에 대한 사유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동물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선언과 동물 착취 위에 선 인간의 비참함에 대한 이해 사이에서 수의학, 환경학, 인류학, 철학, 경제학, 여성학, 한문학, 재료학, 조류학, 사회학의 열 편을 엮었다. 자크 데리다에서 도나 해러웨이까지, 신화 속 호랑이에서 집안의 반려고양이까지, 소도시의 동물원에서 동아시아 연안의 양식장까지 종횡무진하는 여정이다.
주요 등장동물: 고양이, 소, 호랑이, 새, 개, 굴, 퓨마
연구 목표: 동물을 알고 사랑하기
주의 사항: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태도
바다동물에서 반려동물을 거쳐 축산동물과 ‘여성동물’, 도심에 서식하는 새와 보호소의 유기동물을 들여다보는 《한편》 4호는 실제 동물의 죽음과 삶을 가운데 놓고 그 오른쪽 인간의 문제를, 그 왼쪽의 사물 세계를 탐구한다. 사물-동물-인간이라는 오래된 인식의 틀을 다시 보는 것이 곧 김지혜 「플라스틱바다라는 자연」의 환경학, 김은주 「고양이 앞에 선 철학자」의 서양철학, 심경호 「옛사람의 호랑이 생각」의 동양철학이다.
인류학자 전의령의 「“나만 없어, 반려동물”」, 농업경제학자 윤병선의 「그 소는 뭘 먹고 자랐을까?」, 법여성학자 전윤정의 「낙태는 여성의 권리다」는 동물-인간 관계의 바탕에 있는 인간-인간 관계를 들여다보는 정치경제학 시리즈다. 한편 회화 작가 이상훈의 「어깨걸이극락조 그리는 법」, 조류생태연구자 정진우의 「새들이 살 수 있는 곳」은 동물을 알고 지키는 일이 작은 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시작하는 인 동물복지 연구자 최태규의 「동물원에서의 죽음」과 나가는 인 동물보호업무 주무관 이소영의 「이름 없는 동물의 보호소」는 서로 포개지는데, 공통으로 지적하는 동물의 죽음 앞 인간의 책임 문제다. 모두 열 편의 탐구에서 하나 주의할 점은 이미 다 안다는 냉소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기이니, 동물 앞의 나 또한 내 안의 동물 사이에서 각자 접점을 찾는다면 2021년 소의 해를 순하게 보낼 단서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