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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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소개글
한국 근대 풍자 문학의 독보적 작가 채만식
식민지 현실의 일그러진 인간상을 풍자와 반어로 통렬하게 그려 낸 기념비적 작품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1930년대 일제 강점기 경성. 계동의 소문난 갑부 윤직원 영감은 소작료와 어음 장사로 해마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인력거꾼 품삯마저 깎으려 들 만큼 인색하기 짝이 없는 위인이다. 노름꾼이었던 아버지 윤용규가 어찌어찌 한몫 잡아 가산을 불렸으나 관리들의 토색질과 화적패의 약탈에 시달리다 참혹하게 살해된 뒤로 윤직원은 남의 이목이나 체면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악착같이 치부한 뒤 벼슬자리를 사고 족보를 꾸며 양반 행세까지 하게 된다. 그런 윤직원에게는 공생 관계인 든든한 일본 경찰 덕분에 재산을 도둑맞을 걱정 없고 비싼 이자를 내고서라도 자신에게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지금 세상이야말로 ‘태평천하’가 아닐 수 없다.
『태평천하』는 『탁류』,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등과 더불어 1930년대 한국 문단의 특출한 리얼리스트인 채만식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채만식은 일제의 식민지 경제 구조에 교묘하게 편승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 사회 현실에 눈감고 철저하게 개인과 가족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윤직원이라는 인물을 통해 당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거침없이 폭로한다. 나아가 윤직원 일가의 방종하고 난잡한 생활상을 날카로운 풍자와 번뜩이는 아이러니로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왜곡된 사회에 기생하며 일신의 안락과 안위만을 추구하는 속물적 인간형을 한껏 조롱한다. 판소리 사설체를 차용하고 호남 방언을 풍부하고 맛깔스럽게 활용하는 등 『태평천하』는 문예 미학적으로도 우리 근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당대의 어휘와 특징적 방언을 생동감 있게 구사한 채만식의 문체를 최대한 보존했다.
▶ 이 소설이 지향하는 풍자 정신의 참뜻은 새로운 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낡은 가치관을 고집 하며 기득권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는 윤직원과 같은 모리배적 인간형에 대한 조소와 비판에 있다. ─ 권영민(「작품 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