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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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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의 준비

글.
강보원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4년 9월 30일
ISBN.
978-89-374-1959-1
가격.
16,000원

소개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강보원의 첫 산문집 『에세이의 준비』가 민음사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으로 출간되었다. 강보원은 2016년 《세계일보》 평론 부문으로 등단하였으며, 2021년 시집 『완벽한 개업 축하 시』를 출간하는 등 장르를 자유로이 거닐며 독창적인 문학관을 구축해 왔다. 이 책에는 저자 자신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다종다양한 들을 경유하여, 쓰기의 이유부터 형식, 좋은 작품과 작가의 면모, 그리고 그사이를 오랫동안 헤매 온 저자의 시간들이 오롯이 기록돼 있다. 강보원은 『에세이의 준비』가 두 가지 면에서 실용적이고 현실적이기를 원한다. 먼저 스스로 이 책을 계기로 무언가를 쓰게 되는 것, 다음으로는 이 책을 읽는 다른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쓰게 하는 것. 오늘날의 문학이 내어 줄 수 있는 가치, 그리고 쓰기를 계속해 나가기 위한 태도에 대한 견해를 촘촘한 논리와 유머로 엮은 열두 편의 탁월한 은 결국 ‘준비’라는 말로 귀결된다. 무언가를 위한 준비의 과정에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 줄 『에세이의 준비』와 함께라면, 저마다의 길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무겁지 않은 발걸음으로, 결코 농담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 ‘준비’라는 형식 작가에게 당신은 왜 계속 을 쓰나요? 하고 물었을 때 그 이유를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이는 없거나 매우 드물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에게 쓰기는 이미 하나의 의무가 된 것으로, 그는 그저 계속 쓴다. 그렇게 계속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형식’이다. 『에세이의 준비』라는 책 제목에서도 눈치 챌 수 있듯이, 강보원은 다름 아닌 ‘준비’를 형식으로 삼는다. 준비가 곧 형식이 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준비는 무언가를 실제로는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이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무력감보다는 쓰기에 도움이 된다. 또한 준비는 사실상 모든 행위를 그 안에 품을 수 있다. 쓰기를 위한 정리 정돈하기, 쓰기에 참조할 만한 다른 책 읽기, 허리 건강을 해치지 않을 수 있도록 운동하기, 머리를 식혔다 다시 제대로 임할 수 있도록 티브이 시청하기까지 세상 모든 일이 곧 준비라는 형식 안에 담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준비는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준비 안에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포착될 수 있고 그것을 다시 쓰기의 영역으로 옮겨 가야 한다면 우리는 현실을 낱낱이 관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에세이의 준비』를 함께 읽어 나가며 준비라는 형식이 우리에게 쥐여 주는 이점들을 누려 보자. 그것은 당신의 쓰기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 거리의 벤치처럼 놓여 있는 어떤 들에 대하여 준비라는 형식에는 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읽기 역시 포함되므로, 『에세이의 준비』에는 강보원이 제시한, 쓰기의 이상에 가까운 작품들이 등장한다. 강보원은 좋은 작가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좋은 작가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진실을 만들고 나서 그것이 남들에게 천대받고 부서지도록 놔둔다. 자신만의 확고한 진실을 손에 쥔 채,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모든 것이 그 나름대로 돌아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시인 최정례의 「이불 장수」라는 시의 화자는 시장에서 속아서 산 이불을 덮고 자면서, 이것이 자신이 원하던 이불도 아니고, 이불의 화려한 무늬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말을 아낀다. 시인 찰스 부코스키의 「약속」이라는 시의 화자는 자신의 그림 마흔 점을 도둑질해 가는 여자를 목격하고도 그를 추궁하는 대신 그저 그림을 더 그려야겠다고 결심한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마치 거리의 벤치처럼 놓여 있어 어딘가 태평만만한 기운을 풍기면서도 이용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알맞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렇게 활용되는 것에 벤치 입장에서 어떤 불만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고요한 존재 양식은 독자에게 묘한 자유로움을 준다. 문학이 줄 수 있는 수많은 가치 중 ‘자유로움’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에세이의 준비』에 제시된 몇몇의 자유로움을 지나쳐 가며 우리는 각자의 이 선사할 수 있는 감각과 그 에 쓴이로서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새삼스레 고찰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돌아봄은 우리를 분명 어떤 변화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