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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60호(2026.6.-2026.7.)

글.
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6년 6월 5일
ISBN.
9772508333003
패키지.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가격.
15,000원

소개글

《릿터》 60호 커버 스토리 주제는 ‘화가 많은 사람들’이다. 기쁨, 분노, 슬픔, 사랑과 같은 각각의 감정들은 사실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어떤 감정을 억누를 때, 동시에 다른 감정들 역시 무뎌지고 있을 수 있다. 강렬한 분노에 잠식당한 상황에서 주로 쓰이는 ‘피가 차갑게 식는다’는 레토릭은, 어쩌면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해리 감각을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분노를 유발하면서도 그것을 세련되게 승화시키기를 종용하는 시대. 화를 제대로 느끼고 표출할 수 있다면 다른 감정에도 충실할 수 있을 터다. 제대로 처리하기 어렵기에 대강 뭉뚱그리기 쉬운 분노라는 감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분노를 7단계로 나눈 뒤, 각 단계마다 형상화되는 분노의 순간을 플래시 픽션으로 포착해 봤다. 화를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1단계는 이준아의 「콜드 리딩」으로 시작한다. 분노의 발생을 미약하게 감지하는 2단계는 전예진의 「사자춤」이, 지난 일을 곱씹으며 ‘이불킥’을 날리는 3단계는 박민경의 「페이스트리 킥」이 맡아 주었다. 4단계는 오래 누적된 분노가 만드는 억울함이다. 이민진의 「불가능한 포옹의 자세」는 해소되지 못한 분노가 응축되어 있는 마음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5단계에서 분노는 타인을 향한다. 최재영의 「복수의 것」은 타인이 겪은 폭행에 대한 간접적인 복수심을 다룬다. 정선임의 「온유한 자는 복이 있을까」는 분노 폭발의 6단계를 그린다. 어둠 속에서 고함을 지르는 미수 씨의 모습은 기괴하기도, 짠하기도 하다. 마지막 단계인 박서영의 「죽어도 되는 나이」에서는 분노의 자리에 남은 체념을 응시한다. 소설 코너에는 박선우, 미래의 신작을 담았다. 박선우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런스」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곁에서 그의 생을 반추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미래의 「산으로 가는 소설」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딸의 좌충우돌 산책기를 그리고 있다. 부자와 모녀의 관계를 담은 소설 속에서, 닮아서 싫지만 싫어도 미워할 수 없는 나의 다른 버전을 향한 애증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코너에서는 세대 내부의 차이를 예민하게 감각하는 소설가 예소연과 ‘연세–박은관 문학상’을 수상한 신인 소설가 이소정을 만났다. 삶을 뒤바꿀 몰입의 대상을 찾고 있다면, 이번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60호를 맞아 아쉬운 이별이 있다. 에세이 코너에서는 정은귀 영문학자의 「나의 에밀리」가 긴 여정을 마치고 작별을 고한다. 에밀리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시를 읽고 세상을 느끼는 감각을 열게 되었고, 연재가 끝나도 그 감각만은 소중히 이어질 것이다. 창간호부터 함께했던 셀럽들의 독서 인터뷰 코너도 비정기로 선보일 예정이다. 책을 매개로 배우, 뮤지션, 영화감독, 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우리를 연결해 주었던 안동선, 이은선, 강보라 작가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서현범 작가의 「점선,」이 제49회 ‘오늘의 작가상’에 선정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한다. 문학적 완성도 면에서 심사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 작품은, 북한의 국경 지대 회령에서 국경수비대 군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강만’을 중심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삶을 핍진하게 그리고 있다. 한국문학의 오늘을 밝힐 새 얼굴을 환영한다. ‘화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뒤섞여 있는 잔여의 감정들이 보인다. 외로움, 서픔, 수치심 같은 것들. 다른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분노 역시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분노를 받아들이는 일은 비이성적이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보호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나의 분노는 어떤 잔여를 품고 있는지, 이번 호를 통해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