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활성
: 독자의 소리를 담다

민음사

구매 가능 매대 C

릿터 53호(2025.4.~2025.5.)

글.
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5년 4월 4일
ISBN.
9772508333003
패키지.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가격.
13,000원

소개글

■ 게임과 문학 사이 53호 커버스토리는 게임‘할’ 결심이다. 게임 안 할 결심이 아니다. 미국 문학계의 슈퍼스타 개브리얼 제빈의 장편소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게임과 게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이 말하는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영원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소설 제목처럼 내일 뒤에 또 내일이 있고, 그 뒤에 또 내일이 있다.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끝도 없고 절망도 없는 반복적인 세계에서 언제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제목은 다름 아닌 셰익스피어 희곡 「맥베스」에 나오는 표현이다. 게임의 범위는 무한으로 느껴질 만큼 다양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문학과 긴밀히 접속하는 게임이다. 게이밍과 플레이에서 발견한 ‘문학’의 꿈과 좌절을 헤아려 본다. 먼저 게임의 문법을 들여다본다. 기술·문화연구자 신현우는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 의미를 추구해 온 문학과 달리, 대중의 감정 구조에 즉각적으로 호응하며 발전해 온 게임의 ‘행위성’을 통시적으로 설명한다. 미학연구자 이동휘는 해석이 아닌 경험의 언어로 이루어지는 ‘게임에 대한 감상’에서 창작과 감상의 경계가 없는 게임 특유의 장르적 특성을 보여 준다. 우리의 존재가 ‘게임적’으로 변해 갈 때, 문학을 향유하는 감각도 게임의 영향을 받을까? 게임과 문학은 하나의 완성된 세계이자 선형적 시간 속에서 시작과 결말을 이루는 창작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접점에서 문학과 게임의 문법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도 있겠다. 소설가 민병훈은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통해 우리가 삶을 회고하는 방식, 나아가 소설 쓰기와 다르지 않은 ‘타인 되기’의 경험을 들려준다. 인류학 연구자 안희제는 게임 「포탈」 시리즈를 통해 사회 구조적 모순을 반복하는 우리의 감정 구조를 탐구한다. 그런 한편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 꿈을 꾸는 쾌감도 있다. 박은지 시인은 삭막한 풍경을 아름다운 꽃밭으로 바꾸는 「피크민 블룸」을 통해 단순한 즐거움의 가치를 발견한다. 오은경 시인은 「스타듀밸리」를 통해 시간이 흐르기보다 공간처럼 펼쳐져 있는 게임 속 세상이 자신이 시를 쓰는 기억의 공간과 닮아 있음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게임과 문학의 융합을 직접 실험한 특별 창작 TRPG 게임 백귀산장이 펼쳐진다. 게임은 설계된 규칙에 각자의 문학적 상상을 즉각적으로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리학자, 소설가, 편집자 등 5인이 ‘백귀산장’을 탐험하는 ‘미스터리 탐사 동호회’ 회원이 되어 각자의 ‘진정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분투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벌어지는 우연과 속임수의 콜라보레이션이 잘 짜인 소설 1편을 읽는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 애밀리 디킨슨을 사랑해, 갯가재는 더 사랑해! 산문 코너에서는 번역자 정은귀의 「나의 에밀리」 연재가 계속된다. 병약한 디킨슨을 괴롭힌 큰 문제는 눈이었다. 30대 중반에 발병한 홍체염의 통증은 치료가 쉽지 않은 탓에 오래도록 디킨슨을 괴롭혔다. 한번은 ‘어두운 방에서 지내면서 책을 읽지 말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은 적도 있는데, 그 암울한 시절을 두고 에밀리 디킨슨은 “8개월의 시베리아”로 표현할 정도였다. 시베리아에서도 디킨슨은 열심히 시를 썼다. 이번 에서 같이 읽어 볼 작품에서 디킨슨은 어두워도 보이는 것, 나아가 어둠 속에서만 보이는 것들을 담담하게 고백하며 영혼의 눈을 노래한다. 계통분류학자 황희승의 열혈 연구 에세이 「나만 귀여워? 갯가재」 연재가 날이 갈수록 더 인기를 더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은 갯가재 샘플을 확보하기 위해 찾았던 채집지에서의 경험담이다. 연구실 프로젝트의 구성원이 되면 연구자들은 채집지로 나간다. 갯벌에 구멍을 파기도 하고 바위 틈새마다 살고 있는 다양한 갑각류를 잡기도 한다. 때로는 어선 그물에 딸려 오는 갑각류를 확보하기 위해 새벽 시간 항구로 출동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갯가재에게 물려 손에 피가 철철 나는 와중에도 아프다는 생각은커녕 “진짜 힘이 세구나!” 감탄하며 피 나는 손을 무슨 훈장처럼 보고 있는 이 대책 없이 명랑하고 열정적인 연구자에게 갯가재란 무엇일까? 《릿터》 독자들에게 갯가재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의 대명사가 되어 가고 있다. ■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소설가 김기태, 한낮의 카페에서 만난 쉐프 박준우 인터뷰 인터뷰 코너에서는 지난해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출간한 뒤 국내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며 많은 주목을 받은 김기태 작가를 만났다. 작가를 만난 장소는 버스 터미널이다. “특유의 활기가 있고, KTX역이나 공항에 비해 덜 기계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다는 버스 터미널에 오면 복권을 사는 습관이 있었다는 작가. 활기 넘치는 곳을 배경 삼아 지난 1년을 함께 돌아보는 대화 속에서 김기태 작가의 명징한 시선과 부드러운 열기가 생생히 전해진다. 경복궁 옆에 자리한 ‘카페 오쁘띠베르’에서 박준우 쉐프를 만나 책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럽의 작은 카페 같은 곳에서 한 사람의 독서 취향을 지도 삼아 문학, 연극, 조각, 요리, 와인 등 다양한 관심사를 경쾌하게 넘나드는 대화가 스타카토의 맛과 레가토의 맛을 건네준다. ■ 이희주, 오수완, 이주혜 소설 발표 오수완 단편소설 「레비 사티 움」은 ‘길’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마법사의 일생에 대한 소설이다. 인생이란 등가나 인과처럼 설명할 수 있는 규칙에 따라 도출되는 과학적 진실이 아니라 희생과 사랑이라는 설명할 수 없는 선택에 따라 흘러가는 문학적 진실이다. 그 하나의 깨달음을 얻기까지 평생을 헤매는 어느 마법사의 이야기가 환상과 지성을 두 축으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희주 단편소설 「사과와 링고」에서는 한정된 자본을 두고 두 자매가 벌이는 치열한 눈치 게임이 펼쳐진다. 미주알 고주알 따질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하나하나 따지기에는 스스로가 치사하게 느껴지는 주인공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단 한 편의 공연이다. 이주혜 장편소설 「여름철 대삼각형」을 싣는다. 긴밀히 이어지는 세 여성의 삶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어딘가의 귀’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조용히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