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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
소개글
■ “지나온 시간을 말해야 한다면 그게 제가 지나온 시간이에요.”
『도시의 시간』은 계간 《세계의 문학》 2011년 겨울호 ‘경장편 전재’코너에 발표된 작품이다. 문학적 공간으로는 한동안 뜸했던 도시 대구에서 나, 우미, 우나, 배정 네 청춘이 목적과 의지 없이 공유하고 교차하며 흘려보내는 한때의 시간을 그렸다. 개성이 뚜렷한 우미와 우나 자매, 나이가 가장 많은 배정 그리고 그들과 모두 두루 잘 지내는‘나’는 모두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배정은 재수학원에 다니는 사수생이고 우미와 우나는 일본에서 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배정과 함께 재수학원에 다닌다.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은 한 시기에 도서관, 학원, 집을 오가며 단순해 보이는 생활을 하는 네 사람은 명명할 수 없는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구분되지 않는 ‘중복의 존재’가 된다.
우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알게 된 포크 가수 제니 준 스미스를 좋아한다. 넷 중에서 가장 취향이 분명한 우나의 관심은 오로지 제니 준 스미스를 향해 있다. 첫 앨범을 발표한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어진 제니 준 스미스를 찾는 일은, 우나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우나의 동생 우미는 매력이 있어서 누구나 좋아하는데 특히나 배정이 가장 많이 좋아한다. 배정이 우미를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우나를 좋아하고, 그런 한편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성질과 그 깊이는 모두가 인지할 수 있는 단어로 표현되지 않는다. “평범한 우미는 자꾸만 쳐다보고 싶게 했다. 우나는 그게 우미의 어떤 것이라고 했다. (……) 우미에게는 그게 있다. 그리고 그게 있는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다.”서평가 금정연이 작품 해설에서 언급한 “박솔뫼가 쓰지 않은 것”“나쁜 것에 대해 나쁘지 않은 말로 설명하려는 박솔뫼의 집요함”은 이를 잘 보여 준다. 핵심을 말하지 않고도 핵심 스스로 드러나게 하는 박솔뫼식 쓰기는 이번 소설에서도 가장 주요한 감상 포인트다.
‘나’가 지나온 시간을 들려주는 『도시의 시간』은 독자들이 보통의 소설에서 기대하는 사건의 전개와 뒤이은 클라이막스, 그에 따른 결말이라는 통상적인 고저 없이 전개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공통의 사건, 혹은 문제라 할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한 채 배정에서 우나로, 우나에서 우미로, 우미에서 ‘나’로 옮겨 다니며 감지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