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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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소개글
조선 시대 천재 문인이자 사상가 김시습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
참담한 현실의 무게를 초월적 경험으로 극복하는 다섯 편의 기묘한 이야기
조선 한문학의 낭만적 서정을 느낄 수 있는 한시 원문 수록
“제가 오늘 부처님과 더불어 저포놀이를 한판 하려고 합니다. 만약 제가 진다면 법연을 베풀어서 제사를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지시면 아름다운 여인을 얻어 제 소원을 이루어 주셔야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로 널리 알려진 『금오신화』는 15세기 조선 문인 김시습의 대표작이다.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상상 속에 지식인의 깊은 고뇌가 배어 있는 이 작품에는 현실 세계에서 온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이들은 남원, 송도, 평양, 경주 등지에서 왜구의 침입으로 귀신이 된 여인과 사랑에 빠지거나(「만복사저포기」), 천생의 연분을 만났으나 홍건적의 난 때문에 생이별을 겪기도 하고(「이생규장전」), 비참한 현실 속에서 염라대왕을 만나 정치 토론을 하거나(「남염부주지」), 선녀나 용왕을 만나서 시를 주고받으며(「취유부벽정기」, 「용궁부연록」) 비일상적인 체험을 한다. 한편으로는 우화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담 같기도 한 이야기들 속에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작가의 통렬한 비판과 절규가 녹아 있다.
전쟁과 폭정의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주인공들은 작가 자신과 닮았다. 높은 정치적 이상과 천재적 재능에도 평생을 방랑길에서 살아야 했던 김시습은 불의한 세상과 정면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소설을 통해 고통을 꿈으로 승화한다. 『금오신화』에서도 주인공들은 꿈을 매개로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 운명과 의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존재의 비극성을 직시한다. 하지만 비극적 운명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인간의 본래적 가치를 찾아 나서는 인물들의 결단은 오늘날까지도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갖는다. 『홍길동전』, 『구운몽』으로 이어진 소설 문학의 여명을 알린 『금오신화』는 숭고한 인간 정신을 보여 주는, 우리나라 고전문학사의 위대한 작품이다.
수록 작품 만복사에서 저포놀이를 하다(만복사저포기)·이생이 담 너머를 엿보다(이생규장전)·부벽정에서 취하여 놀다(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에 가다(남염부주지)·용궁 잔치에 초대받다(용궁부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