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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3호 환상
소개글
쇼핑을 할 때, 콘텐츠를 볼 때 사람들은 환상을 산다. 현실을 벗어나 먼 곳으로 달아나는 꿈에서 하나의 세계를 다른 세계로 변화시키는 이상까지, 환상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인간이란 뭘까? 문학, 철학, 과학기술학, 정치경제학, 교육학, 미학, 인류학, 영화평론과 어린이문학평론으로 ‘환상’에 접근하는 《한편》 3호는 어려운 시절에 살아남기 위한 통찰과 상상력을 담았다.
광인 조커와 괴력의 삐삐에서
포스트 코로나, 기본소득까지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열 편의 환상적인 인문학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말에서처럼, 환상이란 흔히 실현 가능성 없는 헛된 공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실만이 중요하다기에는 우리는 매일매일 노래, 동영상, 쇼핑, 꿈……이 선사하는 환상과 함께 산다. 이렇게 현실의 가까이에서 때로는 현실을 능가하고, 때로는 현실을 바꾸어 놓는 환상을 이해하는 것이 《한편》의 목표다.
환상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환상을 어떻게 팔 것인가? 문학편집자 김영준의 「환상을 팝니다」는 19세기 환상문학에서 지금의 한국 출판까지 넘나들며 이에 답한다. 환상소설 『드라큘라』가 세계문학전집으로 부활하고, 2020년의 기획회의에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기획자’가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한 편이다. 3호는 이 을 가운데 두고 환상편과 현실편으로 나뉜다. 가상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은 독자에게는 「「조커」, 억지웃음의 이미지」, 「판타지와 함께 살아남기」, 「어두운 시간들을 통과하기」와 「가상과 거짓의 철학」을 권한다. 한편 현실이 보다 시급한 독자라면 포스트 코로나란 무엇인가, 기본소득 논의는 어디까지 왔는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은 왜 그렇게 분노를 불러일으켰는가, 북한과는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장애인의 불평등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관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상상」, 「기본소득, 이상 또는 공상」을 거쳐 「잔혹한 낙관에서 깨어나기」, 「북한 출신인 게 뭐 어때서?」, 「희망의 물리적 토대」로 이어지는 현실편이다.
코로나 시대의 한국에서
환상과 함께 살아남기
코로나 시대 한국. 헬조선이 지나가고 K-방역이 왔다. 헬조선이라는 말에 담긴 자조와 분노는 K-방역의 자부심, K-ness(한국스러움)에 대한 웃음이 되었다. 하지만 헬조선 유행의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고, 그사이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주인공이 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위에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 문제를 드리웠다.
《한편》 3호는 환상과 현실 사이라는 분명하면서도 흐릿한 경계에 다가가면서 코로나19가 제기하는 문제를 기준으로 삼았다. 즉 사람들은 살아남기를 원하며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쪽에는 광기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죽거나 죽이는 이야기가, 또 다른 한쪽에는 환상적인 모험 끝에 새로운 현실을 맞이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영화평론가 이병현 조커의 광기를 지나쳐 가고(「「조커」, 억지웃음의 이미지」) 어린이문학평론가 김유진이 괴력의 삐삐와 예지력을 지닌 토끼를 들여다보는(「판타지와 함께 살아남기」) 것과 같다.
단 하나의 진실을 수호하느라 미쳐 버리거나, 거대 담론을 따라가다가 지쳐 쓰러지는 대신 《한편》은 ‘가상’의 개념을 생각하고(윤영광, 「가상과 거짓의 철학」) 두려움으로 꼼짝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행동의 계기를 찾는다.(임보라, 「어두운 사건들을 통과하기」) 포스트 코로나라는 거대한 상상과 거리를 두고(맹미선, 「포스트 코로나라는 상상」) 기본소득이 우리가 따를 만한 이상인지 아닌지 검토하며(김공회, 「기본소득, 이상 또는 공상」) 미래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불안을 나눈다.(박지원, 「잔혹한 낙관에서 깨어나기」와 계은진, 「북한 출신인 게 뭐 어때서?」) 현실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환상이 힘이 되는 것도 사실이니(「희망의 물리적 토대」) 이렇게 3호 ‘환상’은 환상과 함께 살아남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