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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55호 (2025.8.-2025.9.)

글.
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5년 8월 5일
ISBN.
9772508333003
패키지.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가격.
13,000원

소개글

■ 고향 없는 시대에 고향 만들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도 제법 오래되었다. 일곱 살까지 읍 단위의 마을에서 살다가 여덟 살에 서울로 와 지금까지 지내고 있으니 고향에서 지낸 세월보다 서울에서 보낸 시간이 네 배 가까이 되는데도 이 커다란 도시에는 영 소속감이 들지 않는다. 내게 남은 고향의 흔적으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논과 텃밭에 대한 기억과 충청도 특유의 느린 말씨 정도뿐이다. 그럼에도 언젠가 돌아가리라고 막연히 다짐하게 되는 이 마음은 과연 실체가 있는 건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나? 고향은 여전히 유효한 개념일까? 아니 이런 것들에 앞서 2025년 지금, 고향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할까? 《릿터》 55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고향 만들기’다. 소설가 남궁지혜는 고향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세대 간 이해 차이를 짧은 소설로 그렸다. 고향을 돌아갈 장소로 이해하는 아빠와 돌아갈 관계로 받아들이는 딸 사이의 거리감이 그들에게 결핍된 실존적 상실을 보여 주는 한편, 우리에게 고향을 정의하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철학자 이성민은 고향의 정의를 태어난 곳으로 한정하는 대신 애착을 느끼게 된 장소 등으로 확장할 필요성을 짚는다. 영화평론가이자 인터넷 밈 연구자 김경수는 과거에서 발굴된 다종다양한 인터넷 밈 문화에서 현대인이 앓고 있는 정신적 고향의 부재 및 수많은 정보와 사건이 난립하는 세계 이면의 허무를 발견하고, 건축가 이윤석은 자전적 경험들을 바탕으로 상대와의 ‘거리 재기 게임’으로서의 고향에 대한 감각을 재구성한다. 이제 고향은 타고나는 조건이 아니라 후천적인 성과물의 영역에 속하는지도 모르겠다. 문학평론가 오혜진은 유년기의 어느 시절, 어느 공간을 집어 올린다. 1990년대 용산 미군 부대에서 성행하였던 영어 과외 경험에 대한 그의 회상은 막연한 그리움의 대상으로서의 고향 대신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처음 알려 준 공간으로서의 고향을 제시한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운영위원 김대현은 ‘고향 비슷한 곳’으로서의 이태원에 대해 쓴다. 그곳은 자신이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는 장소이자 “노는 것이 운동이 되는” 곳으로서, 정체성이 투영된 공간으로서 고향의 의미를 부각한다. 이렇듯 고향, 고향이되 고향이 아닌 곳, 혹은 고향 비슷한 곳에 대한 의미는 각기 다른 삶을 통해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희우가 보여 주는 모니카 마론의 소설 『슬픈 짐승』은 삶의 단단한 터전으로서의 고향을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하며 우리에게 질문한다. 나에게 고향은 ‘무엇’인가. ■ 시인 신이인, 배우 신시아 인터뷰 인터뷰 코너에서는 신작 시집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를 펴낸 신이인 시인을 만났다. 서로에게 외계인이 되어야 할 정도로 우리 각자는 동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고 믿을 수 있다는 시인의 낙관적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 배경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시인의 모교 운동장에서 들었다. 특유의 씩씩함이 느껴지는 시집의 분위기와 닮은 명랑한 장소에서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가 뜨겁게 펼쳐진다.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산부인과 병동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던 표남경 역으로 사랑받은 배우 신시아를 만났다. 화면 바깥에서 만난 신시아는 슬럼프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슬럼프에 휘둘리는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힘이 축적된 곳은 다름 아닌 독서클럽.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극복과 성장을 실천했던 ‘리본 프로젝트(Reborn Project) 기획과 그 일환으로서의 독서클럽은 ‘이미 슬기로웠던 인간 생활’의 주연 배우 신시아를 보여 준다. ■ 김슬기, 이아토, 정은우 소설 발표 소설 코너에서는 소설가 김슬기, 이아토, 정은우의 신작을 만나 볼 수 있다. 김슬기의 단편소설 「소유와 종말」에서는 서로 온기를 나누는 일마저 ‘구독 서비스’로 편입된 때, 그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인물의 이야기가, 이아토의 소설 「yyyy/MM/dd」에서는 17년 동안 시계와 일정표에 둘러싸여 야근을 일삼던 언니가 갑작스레 회사를 그만둔 뒤 “독자적 시간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정은우의 경장편소설 「도망」은 옛 친구를 직장 동료로 재회한 기쁨도 잠시, 친구에게 닥친 비극으로 자신의 삶까지 속절없이 흔들리는 인물의 이야기다. 견고하다 믿었던 삶의 발판이 무너진 뒤 흔들림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운명은 ‘고향 만들기’가 문학의 유구한 테마였음을 새삼스레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