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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소개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그려 낸 ‘지하 인간’으로서의 지성인
기존의 소설 문법뿐 아니라 세계 인식의 틀마저 배반한 문제적 소설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배알이 꼴릴 만큼 부럽다고 말했지만, 그가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상태에 있는 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다.”
‘구린내 나고 추악한 지하’에서 이십 년 동안이나 싸늘한 독기를 품은 채 살아온 한 남자. 그는 젊은 시절 하급 관리로 사회생활을 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며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에게 온갖 방법으로 복수할 궁리를 한다. 그러나 그뿐,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십 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지하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십 대에 겪었던 사건 두 가지를 들려준다. 하나는 초대받지도 않은 동창생들 모임에 굳이 참석해 그들에게 무시를 당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유곽에서 만난 매춘부 리자에게 온갖 잔인한 말을 늘어놓았다가 그녀가 집으로 찾아올까 노심초사했던 일이다. 그는 조롱과 경멸을 자초하고서 그들을 증오하다 결국에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저주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도스토옙스키 작품 세계에서 전환점이 된 소설이며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 일컬어진다. 자신은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시대의 철학도 이념도 모두 경멸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장 경멸하는 지식인인 주인공 ‘지하 인간’은 기존의 소설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인물이었다. 이 ‘지하 인간’이라는 인물 유형은 그 후 톨스토이, 체호프뿐 아니라 21세기의 소설가 랠프 엘리슨,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 도스토옙스키야말로 내가 공부했던 심리학자이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피 속에서부터 진실을 토해 내는 소설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 ‘지하 인간’은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이자 대변인이다. 이 작품과 인물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 근본적으로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증명한다. ─ 장폴 사르트르
▶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소설. ─ 앙드레 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