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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
소개글
한국 역사와 설화의 틈새에서 길어 올린 독자적 상상력,
한국형 환상 문학의 정수를 선보이다!
한국의 역사와 설화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환상의 세계를 구축해 온 장아미 작가의 신작 단편 소설집 『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은 조선 시대 최대의 화재 사건으로 기록된 한양 대화재부터 처용 설화, 바다의 이무기를 사냥하러 떠난 어부들의 비극을 담은 백일홍 설화부터 일제강점기 인체 실험의 희생양으로 흡혈귀가 된 여인의 고통, 인형 공장에서 영혼을 착취당하는 소녀 직공들의 반란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한국적 소재에 환상적인 상상력을 덧입힌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수록작들은 비합리적이고 부조리적인 강자의 수탈과, 이에 맞서는 여성과 약자 간의 연대를 우화적으로 풀어내며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시각을 잊지 않는다.
비합리적인 명령, 세금 포탈, 자본주의적 착취 등
인간의 역사 내내 존재해 온 부조리한 강자의 수탈에 대한 소설적 고발
『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는 환상 서사의 미학적 아름다움에만 매몰되지 않고, 한국 사회 저변에 흐르는 부조리한 시스템과 약자들의 고통에 무관한 특권층의 태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견지한다. 수록작 「붉은 돛」은 순수한 마음으로 진상한 흰돌고래를 보고 오히려 더 큰 탐욕을 부리는 주상의 부당한 명령으로 인해, 이무기가 사는 금지된 바다로 내몰려 희생당하는 어부들의 비극을 그리며, 백성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일절 책임지지 않는 권력의 속성을 우화적으로 폭로한다. 또 다른 수록작 「푸른 신명」에서는 역병이 창궐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세금 수탈에만 혈안이 된 탐관오리들을 피해 신의 땅을 침범했다가 파멸에 이르는 백성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시스템의 도구로만 간주하여 더 큰 비극을 이루는 기계적인 국가 권력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는 여성들의 연대와
약자들의 ‘불꽃’ 같은 저항
작가는 이러한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억압에 맞서는 주체로서 ‘여성’과 ‘약자 간의 연대’에 주목하며 현실적인 착취에 대한 대안적 해결책을 모색한다. 한양 대화재를 배경으로 한 「꽃불」은 왕인 세종이 궐을 비운 위급한 상황에서 만삭의 몸으로 화마에 맞서 싸워야 했던 소현왕후의 결단을 생명을 사르는 ‘불’과 새 생명을 잉태하는 ‘물’의 대립으로 형상화하여 강인한 여성 서사를 완성했다. 자본주의적 착취의 현장을 그린 「인형들」 은 남성 관리자를 감정 없고 팽창을 멈추지 않는 로봇으로, 노동자인 소녀들을 폭신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심지 있는 인형으로 비유하며 남성 중심적 자본주의 시스템을 허물어뜨리는 소녀들의 연대를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장아미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환상이라는 거울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비추며 묵직한 시사점을 던지는 동시에, 그 안에서 저항과 함께 피어나는 ‘우리 안의 불꽃’을 독자들에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