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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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
소개글
악한 반쪽과 선한 반쪽으로 두 동강 나 버린 한 남자를 통해 엿보는 고독한 인간 내면
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가 그려 낸 기괴한 동화적 공간,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뒤틀리고 분열된 현대인의 초상
“의사들은 메다르도를 꿰매고 맞추고 혼합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나의 외삼촌은 한쪽 눈, 반쪽 입을 열었고 팽창된 한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었다. 외삼촌은 테랄바 가문의 강한 체질로 버텨 낸 것이다. 이제 그는 반쪽이 되어 살아났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세상 물정을 모르는 메다르도 자작은 투르크인과의 종교 전쟁에 참전했다가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참사를 당한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반쪽 자작은 검은 망토를 두르고 지팡이를 짚은 채 고향 마을로 돌아온다. 반쪽으로만 세상을 보고 이해하게 된 그는 열매와 버섯, 개구리 등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반쪽 내기 시작한다. 가벼운 죄를 지은 사람들마저도 쉽게 사형해 버리는 사악한 반쪼가리 자작, 그 기괴한 존재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큰 혼란을 가져다줄 또 다른 반쪽, 오로지 ‘선’으로만 존재하는 반쪽 자작이 나타난다.
오로지 악하거나 오로지 선하기만 한 이 반쪽 자작‘들’을 통해 이탈로 칼비노는 냉혹한 현대 사회에서 정신적으로 분열된 채 살아가는 고통과 외로움을 그만의 동화적 상상력으로 그려 냈다. 또한 신체는 온전하지만 어딘가 불안정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누구나 다 불완전한 존재이며, 그 불완전한 모습이야말로 오히려 ‘인간적’임을 역설한다.
▶ 우리는 현실의 표정, 책임감, 에너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고 애쓰지만 점점 더 힘을 잃어 가기만 한다. 환상 소설을 통해 나는 현실의 표정, 에너지, 곧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에 활기를 주고 싶었다. ─ 이탈로 칼비노